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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으로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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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in porn에 나온 오두막사진

 

 

 

 

 

 

 

 

 

 

은, 의식주 중에 가장 자립하기 힘들지만 그만큼 큰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콘크리트라는 차갑고 딱딱한 물성으로 지어진, 공급자의 관점에서 일률적으로 설계된 한국의 아파트. 나도 그곳에서 오랜세월 몸을 우겨넣고 살아서 그런지, 집을 짓는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아파트가 아닌 공간이었다. 조금 덧붙이면 조금 허술해보이지만 어딘가 사람 냄새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간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집짓기를 공부하면서 알게되는 몇가지 사실이 있었다.

1. 우리나라의 건축시공에는 다양성이 적다.

기초를 예로들면, 우리나라의 기초는 콘크리트를 사용한 독립기초, 줄기초, 온통기초가 대부분이었다. 북미에서는 크롤방식(콘크리트 없이 바닥을 나무 등으로 띄워 짓는 방식)으로 많이 짓는데, 한국어로는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았다. 이외에도 지붕재나 단열재와 같이 재료영역에서도 정답처럼 주어지는 몇가지 선택사항 외에는 다른 재료로 짓고싶어도 재료가 없어 지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나에겐 지붕재로 생각한 삼나무 껍질이 그랬다) 이러한 시공방법과 재료의 한계는 근본적으로 디자인의 차별화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고 본다.(물론 이런 한계마저도 뛰어넘는 사람이 실력자겠지만...)

2. 시공관련 서적이나 동영상이 적었다.

일반적으로 건축하면 건축디자인과 시공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는 '디자인'에만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학'이라는 이름으로 배우는 내용들이 아무래도 건축디자인이 중심이어서일까? 아무리 찾아봐도 책이나 동영상과 같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정보는 건축디자인 뿐이었다. 물론 해외의 경우 Larry Haun 같은 목수는 좋은 책을 남겼지만 애석하게도 한국어로 되어있는 볼만한 책은 '목조주택 시공실무' 정도였다. 물론 이 책은 훌륭했지만, 범위가 목공사에 국한되어 있어서 온전히 내손으로 집을 짓기에는 내용이 부족했다. 또한 인터넷이나 심지어 책에 나와있는 내용 중에도 서로 말이 다르거나, 해외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방법임에도 자기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은 무조건 잘못된방법이라고 우기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즉 시공에 관한 정보는 적었고, 이마저도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3. 생태건축은 너무나 마이너하다.

콘크리트가 아닌 돌기초 위에, 산에서 직접 벌목하고 제재한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스트로베일(볏짚)로 단열을 하고, 삼나무 껍질로 지붕을 올린 동화속에 흔히 등장하는 집을 지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주류의 건축이 아닌 방식으로 짓기에는 정보가 너무나도 모잘랐다.(특히 한국어로 된 정보는 아주 적었다) 건축시공은 업자 그들의 언어(주로 잘못된 일본어)로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재료(싸고 편한)로 (빨리빨리)지어오다보니, 머릿속의 이미지를 건축으로 실현시키기에는 가로막는 벽이 너무나도 높고 많았다. 재료수급에 곤경에 처할때마다 이곳저곳에 물어봤지만, 그런 걸로 집짓는 사람은 없었다는 식이다.

자연의 재료로 집을 짓는 게 더 어렵다.

 

 

 

 

 

 

 

 

 

 

 

 

 

 

자연의 재료로 지은 집은 어쩌면 건축의 원형에 더 가까운 방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그 원형의 재료와 방식으로 짓는 것은 분명 힘든 도전이다.(뭐 이런게 한 두 개이겠냐마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네이버카페(흙부대 네트워크,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등) 같은 곳에서 전문가들이 아닌 개인의 영역에서 '생태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왕성하게 지식 전파와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믿기힘든 정보도 많았지만 영감을 주고 받는 차원에선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면 불평은 이정도로 마치고 본격적으로 '생태건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도 있으니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생태건축이란 친환경적인 재료와 방법으로 집을 짓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트로베일하우스(볏짚)흙부대집(모래,PP포대) 등이 있다.

지금부터의 내용은 2017년 8월 ~ 2018년 6월까지 실제 15평 규모의 카페를 스트로베일 하우스로 지으면서 학습한 내용들이다. 구성원은 나와 12명의 비전문가들이었고 기초공사부터 목공사, 지붕공사, 단열공사, 미장공사, 인테리어 마감까지 우리들의 손으로 직접, 온전히 한 채를 지어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스트로베일 하우스이나 뼈대는 '2x4 경량목구조'로 이루어졌으므로, 2x4 건축방식을 중심으로 두고 설명하겠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만 더붙이고자 한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짓고자 하는게 아니다. 우리가 살 집을 스스로 짓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항상 고민하자.

시공난이도, 비용(금전적, 환경적) 그리고 본인의 미학. 간단한 구조로 설계하고 환경에 피해를 최대한 적게 주고 과도한 비용이 드는 공정은 생략하며 본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누가뭐래도 구현할 것!

 

댓글

댓글 본문
  1. Jaeyoon Kim
    고맙습니다. 시간날 때마다 짬짬히 기록하고 있었는데,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니 고맙네요 ^^
  2. 폭스킴
    와~ 연륜과 정성과 애정이 진하게 묻어나는 글입니다.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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