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을 짓게 될 공간은 감나무와 소나무로 둘러쌓인 조용한 공터였다.
나무로 보호받는 따뜻한 분위기의 외양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최대한 나무를 베지 않고 지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았다. 고추대를 이용해 터의 꼭지점을 표시하고 줄자 2개와 실 그리고 피타고라스이론을 이용해서 직각을 이루는 선을 표시하기를 수십번. 2개의 감나무와 1개의 소나무를 베기로 결정했다.(우리가 건축전문가들이었다면 나무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지을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집 한번 지어본적이 없는 우리들은 그런 건물을 설계하기에도, 짓기에도 역부족이었다.)
1. 체인쏘(전동톱)로 나무자르기
나무를 자르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나 위의 방법이 일반적이다. 우리는 나무를 자르기 위해 전동톱을 사고 때를 기다렸다. 그러나 어느날 시설과에서 친히 잘라주셨다...
2. 터잡기
나무를 베고 풀들을 베어 최대한 평탄하게 땅을 다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터를 표시할 차례였다. 우리는 규준틀을 만들고 실을 띄운 후 실을 따라 땅에 스프레이로 터(집이 올라갈 공간이자 기초공사 영역)를 표시했다. 터는 두 줄로 이루어져 있는데, 안쪽선은 벽의 안쪽선이고 바깥쪽선은 집의 마감선이다)
1) 2x2 각재와 2x4 판재로 규준틀을 만든다.
2) 고추대(또는 긴 볼트)로 표시한 한 꼭지점을 지나도록 실을 띄운다.
3) 처음 실과 직교하는 두번째 실을 띄운다. 이때 직각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했는데, 한쪽 실에 3m, 다른쪽 실에 4m지점을 테이프로 접어 표시하고 그 길이가 5m인지를 체크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합판과 수직추 3개를 이용해 직각을 보아도 된다.
4) 건물의 가로길이에 해당되는 지점에 테이프로 표시한다.
5) 다시 이 지점을 지나면서 직교하는 실을 띄운다.
6) 2)~5) 방법을 반복하여 4개의 꼭지점(건물이 직사각형일 경우)을 모두 표시한다.
7) 대각선의 길이를 측정하여 서로 같은지 보고 오차가 1%이내(mm단위)이면 성공.(지금 규준선은 기초공사를 위한 선이므로 아주 정확할 필요는 없다)
8) 선을 따라서 스프레이로 땅에 터를 표시한다.(스프레이 색은 파란색처럼 땅색과 보색인 색이 좋다)
9) 지금까지 표시한 선은 벽의 안쪽선이다. 우리는 줄기초를 베이스로한 혼합기초이므로 여기서부터 일정한 거리만큼 떨어진 바깥선을 그려줘야 한다.
거리계산은 집의 벽두께 + 거푸집 두께 + 거푸집설치 작업공간 을 더해서 그리는 데 우리의 경우는 대략 1500mm정도로 잡았다. 하지만 포크레인의 바께스의 너비가 정해져 있었으므로 괜한 작업이었음이 나중에 드러났다.
이렇게 땅 위에 두 줄로 터를 표시하면 터잡기는 일단 끝났다. 하지만 터를 표시하는 일은 앞으로 수차례 반복되었다. 버림콘크리트 위에, 기초콘크리트 위에 우리는 터를 그리고 또 그렸다... 그 이야기는 기초공사에서 계속하겠다.
공사 후 느낀점
사실 공사를 하고나서 생각해보면, 버림콘크리트 공사를 생략했어도 되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버림콘크리트의 용도는 땅을 콘크리트로 평탄하게 해 거푸집이 올라갈 레이아웃을 반듯하게 그리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공이같은 걸로 땅을 대충 다지고 거푸집을 그냥 올려도 된다. 아웃코너, 인코너 같은 직각으로 거푸집을 연결해주는 철물로 거푸집을 연결하면 직각으로 거푸집을 단단히 잡아줄 수 있고(어차피 이렇게 밖에 안된다) 버림 콘크리트를 친다고 해도 손으로 평탄화작업을 하게 되면 면이 그닥 평탄하지도 않다.
두번째 공사시 개선안 : 벽안쪽선 그리기 -> 땅파기 -> PE필름깔기 -> 철근배근 -> 기초콘크리트 붇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