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에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회사인 네오지오(NeoGeo)를 동료들과 공동으로 설립한 톤 루젠달(Ton Roosendaal)은 2D와 3D 콘텐트를 만들게 해주는 통합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네오지오에서 자체 개발해 사용하던 인 하우스(In-house) 툴들이 너무 낡거나 관리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는 1993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그 구상을 실행에 옮겨 새로운 3D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한 개발을 통해 발전된 블렌더를 톤 루젠달은 네오지오의 인-하우스(In-House) 툴로 머물 것이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도 사용 할만한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1998년 톤 루젠달은 블렌더의 독립적인 개발을 위해 NaN(Not a Number)라는 네오지오의 자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그는 처음부터 블렌더를 무료로 배포하기를 희망 했습니다. 당시에도 3D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구매할 수 없을 만큼 비싼 소프트웨어 였다는 것을 가만 한다면 다소 무모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대신 블렌더에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이 훌륭한 프로젝트는 발전되어 1999년에 열린 세계 최대의 컴퓨터 그래픽 행사인 시그라프(SIGGRAPH)에서 성공적으로 발표하게 됩니다. 가격은 무료이지만 성능은 뛰어났고 모든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다음 해인 2000년 톤 루젠달이 이끄는 NaN은 블렌더 2.0을 발표해 더 많은 투자자와 사용자를 끌어 모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회사는 부도를 맞게 됩니다. 2001년에는 새로운 투자자들과 함께 보다 작은 규모의 회사를 꾸려 재기를 꿈꿨지만 연이어 사업은 실패하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용자들은 블렌더 개발자들에게 열렬한 후원과 응원을 보냈고 이에 힘을 얻은 툰 로젠달은 블렌더를 오픈 소스로 공개해 더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를 끌어 모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2002년 3월 블렌더 재단(Blender Foundation)을 출범시킵니다.
블렌더 재단의 첫 번째 목표는 블렌더를 공동체 기반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서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활성화하는 것 입니다. 블렌더 재단은 블렌더를 오픈 소스로 전환하기 위해 자유 블렌더(Free Blender) 캠페인을 벌였고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7주만에 100,000유로의 모금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 10월 드디어 블렌더가 GNU-GPL 라이선스를 달고 오픈 소스로 출시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훌륭한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이 그랬듯 블렌더는 전세계의 프로그래머들의 협업으로 지금까지 발전해 왔습니다. 블렌더가 보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개발 역량을 코딩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인 도구로써 활용하고자 했던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툰 로센달은 블렌더 커뮤니티에서 이름난 아티스트들을 모아 “프로젝트 오렌지”를 시작해 2006년에 세계 최초의 오픈 소스 애니메이션인 “코끼리의 꿈(Elephants Dream)”을 발표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모든 제작 툴을 오픈 소스 프로그램으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이미지, 음향, 블렌더 소스파일 등 제작 관련 소스들도 모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스톨만이 자유 소프트웨어를 꿈꾸던 80년대부터 개발되어 왔던 오픈 소스 프로그램들이 한대 모여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프로젝트 오렌지’의 큰 성공을 바탕으로 2007년 톤 루젠달은 예술 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블렌더 연구소(Blender Institute)를 열어 뛰어난 아티스트들을 불러 모았고 3D 애니메이션, 게임, VFX 영화를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작품이 나올 때마다 발전되어가는 블렌더의 품질을 확인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블렌더를 홍보하기 위한 훌륭한 마케팅이 되었던 것이죠.
2008~2010년에 들어서서 블렌더 재단은 블렌더를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새롭게 코딩했습니다. 더 강력해진 2.5버전을 시작으로 체계적인 개발 환경과 프로그램 안정성, 나날히 발전해가는 3D 그래픽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며 상업 프로그램을 위협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블렌더는 네덜란드에 재단을 두고 있으며 전 세계의 프로그래머들과 아티스트들이 모여 개발과 기술 지원 그리고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