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사는 큰 골칫덩이였다.
한옥목수로 입문한 나는 기초공사를 제대로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말그대로 기초인만큼,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공사에 큰 차질이 올거란 것은 분명했다. 잘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하지만 경험부족 말고도 고민은 하나 더 있었다. 콘크리트라는 환경에도 안좋고 시공할때도 찝찝한 물성이었다. 왜 콘크리트 얘기를 하냐고 하면, 우리나라에선 기초공사하면 늘 콘크리트로 하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하려면 일단 기초공사에 대해 말해야한다.
기초공사는 집의 밑바닥을 튼튼하게 하는 공사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 태풍이나 지진 그리고 부등침하(땅이 연약지반이거나 이질지반이어서 땅이 침하)로부터 보호한다.
-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나 땅에서 튀어올라오는 비로부터 집을 보호한다.
- 땅의 수평을 맞춘다.
일단 첫번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 물이 얼지 않는 지점까지(동결심도 이하 30cm) 땅을 파줘야한다. 서울은 동결심도가 700~800 정도인데, 따라서 1m정도는 파줘야한다. 또 두번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 지표면으로부터 150mm이상 기초를 올려줘야한다. 즉 지하 1m ~ 지상 150mm 까지 수축팽창을 거의하지 않는 단단한 무언가(주로 철근을 배근한 콘크리트)로 채워줘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이 기울지않게 올리기 위해 수평을 철저하게 맞춰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기초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다.
1. 독립기초
커다란 돌(주초) 등에 기둥을 바로 올린다. 이 기둥위에 바닥패널을 올린후 벽을 세운다. 만약, 한옥처럼 중목구조의 경우 벽이 없어도 되므로, 바닥패널을 만들지 않고 바로 구조를 올려도 된다.
2. 줄기초
벽이 올라가는 라인(줄)을 따라 기초벽을 세운다.
3. 매트기초
벽이 올라가는 라인을 외곽선으로 잡아 그 안쪽 전체에 콘크리트를 부어 평평한 기초를 만든다.
어떤 기초가 가장 쉬우면서도 환경에 피해를 덜 줄것인가 고민했다. 답은 독립기초였다. 콘크리트를 거의 쓰지 않거나 가장 적게쓰는 공법이니까. 하지만 독립기초의 경우, 경량목구조에선 바닥패널을 반드시 먼저 만들고 벽을 올려야 했다. 이를 크롤공법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 온돌방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크롤공법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다. 자연스럽게 줄기초와 매트기초 두 개를 놓고 생각하다가 막상 시작할 때는 환경보다 시공의 용이성을 선택하고 말았고 결국 매트기초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다.
거푸집을 설치하고 레미콘을 두 번이나 불러 버림콘크리트와 기초콘크리트를 타설했다. 한 번은 거푸집을 잘못 설치했는지 한쪽이 터져서 콘크리트가 밀려나와 버렸다. 급하게 수습했다. 손과 발은 콘크리트로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가고, 시멘트의 매캐한 냄새가 몸에 배었다. 아, 이 방법말고는 없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사실 콘크리트를 이용한 줄기초와 매트기초는 오늘날 기초공사의 99%를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공부하면서 이 방법이 당연하구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사고했던 것 같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가 필요했다. 다수의 생각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거부하고 새로운 길로 걸어가는 자세가 필요했다. 초행길이라 겁이 났던 걸까. 두 번의 실수는 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