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오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0에 1억을 곱하면 0이죠? 아무것도 모른다면 어떤 경험을 아무리 많이 해도 지식화되지 못합니다. 우리 수업은 단지 0을 1로 만들어 드리는 작은 수업일 뿐입니다. 이 수업은 작지만 앞으로 여러분이 겪게 될 경험들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 경험들이 1을 2로 만들고, 2를 4로 만들고, 4를 무엇인가로 만들어가다 보면 그 끝이 어디에 도달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수업의 완주를 축하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축하를 받을 줄 아는 것도 능력입니다.
우리의 삶은 전기회로입니다. 앎의 즐거움은 전압입니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전류입니다. 공부에 대한 뿌리 깊은 냉소는 저항입니다. 이제 미래에 우리가 겪게 될 전기적인 문제들을 병렬회로로 연결합시다. 그리고 전압을 높이면 지금 당장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겠지만, 해결되는 문제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전기가 문명을 도약시킨 것처럼 나의 문명도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공부가 아닙니다. 마음이 급하다고 전기회로의 전압을 높여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운이 좋으면 누전차단기가 내려갈 것이고, 운이 나쁘면 사고가 날 것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이 좋으면 작심 3일이 될 것이고, 운이 나쁘면 전기는 내가 공부할 것이 아니야라는 비가역적인 생각을 무의식이 해버립니다. 무의식은 의식의 상관입니다. 상관의 판단을 부하가 바꾸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공부한 것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전자제품을 볼 때마다 제품 뒷면에 적혀있는 전압과 전류 그리고 전력의 양을 따져보세요.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숫자에 대한 감각이 생길 것입니다. 지식은 우리에게 1000W가 어느 정도의 전력인지를 경험적으로, 감각적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미 익숙한 900W의 전자제품과 1100W의 전자제품을 통해서 1000W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알게된 1000W는 우리의 수 감각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수 감각이 촘촘한 사람은 선택을 할 때 고민하지 않습니다. 크고, 작음의 관계를 알고 있을 때의 선택이란 고민의 대상이 아니거든요. 어느쪽이 큰지 모를 때 결정장애가 오는 것입니다. 전기에 대한 수감각을 키웁시다. 이것이 생활화되면 미래에 언젠가 나의 전자제품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생겼을 때 지금까지 쌓아온 수감각이 눈부신 활약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나중에 공부해볼 만한 주제를 소개해드리고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멀티미터와 전원공급장치
왼쪽에 있는 장치가 멀티미터입니다. 전류, 저항, 전압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를 통해서 회로의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장치는 전원공급장치입니다. 직류나 교류로 원하는 전압과 전류를 자유롭게 공급 받을 수 있는 장치입니다.
인류가 전기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전기를 마음대로 생산할 수 없었고, 전기를 측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800년 볼타가 전지를 발명합니다. 1820년 외르스테드가 전선 옆의 나침반이 전류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전기와 자기 사이의 관계를 알아냅니다. 1827년 게오르그 옴은 전지와 저항 사이의 전선에 나침반을 두고 전압과 전류와 저항의 관계를 따져봅니다. 수많은 실험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이 I = V / R 인 것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초급 강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초급에서 중급으로 중급에서 고급으로 나아갈수록 유통되는 지식은 희박해집니다. 왜냐하면 고급으로 갈수록 지식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데 그것을 다 언어로 담기에는 지식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설령 그런 지식이 있다고 해도, 그걸 다 공부하기엔 너무 방대합니다. 결국 경험을 통해서 존재 할 뿐 유통되지 않는 지식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모든 중급자들은 일종의 과학자입니다. 각자 미지의 것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확인하면서 앎을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학자들만 하는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아기들을 보세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먹어보고, 만져봅니다. 실험정신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잃어버린 실험정신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가설을 확인할 실험도구가 필요합니다. 전원 공급장치와 멀티미터는 이 실험을 위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실험도구입니다.
빵판
빵판(breadboard)는 아래와 같이 생긴 장치입니다. 이 장치에는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그 구멍에 전선과 부품을 연결해서 전자제품을 납땜 없이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전자공학을 위한 많은 지식들이 빵판을 기준으로 설명 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제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장치입니다.
데이터 시트
데이터 시트는 전자 부품의 특성과 사용 방법을 모아둔 문서입니다. 말하자면 멀티미터와 같은 측정 장치를 통해서 정교하게 측정된 결과를 기록해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시트가 있다면 측정 장치가 없어도 그 부품의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데이터 시트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추천사이트 : findchips.com, datasheet.kr , digikey.kr)
마이크로 콘트롤러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전자장치들이 매우 복잡한 일을 합니다. 이런 복잡한 작업을 회로만으로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1만 원짜리 전구에 100만 원짜리 컴퓨터를 넣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죠? 그래서 고안된 싸고 작은 컴퓨터가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입니다. MCU라고 부릅니다. MCU의 또 다른 특징은 아주 적은 전력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MCU에 설치해놓으면 MCU가 전기신호를 발생시켜서 각 부품들의 동작을 통제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MCU를 쉽게 사용 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두이노입니다. 아두이노를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MCU를 이용해서 전자장치들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정말 큰 산을 넘었습니다. 혁명과 혁신. 이 세상을 움직이는 양대 에너지입니다. 우리가 공부한 내용은 혁신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혁명적인 것입니다. 1년 된 지식은 1년뒤에는 효용이 없을 수 있습니다. 200년 동안 살아남은 지식은 200년 뒤에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배운 것이 우리 생에서 쓸모없어지는 날은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보다 오래 살 지식을 알게 된 것을 뿌듯하게 여기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정상에 오른 것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