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튜토리얼스에서 보내드리는 세 번째 편지입니다.
(이전 편지 : http://opentutorials.org/module/1588/12533)
컨텐츠가 생산되는 데는 두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생산도구
- 생산환경
이전 편지에서 생산도구에 대한 계획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생산환경에 대한 계획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희는 생산자에게 좋은 도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생산자가 생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생산환경
물론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현재의 오튜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종종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리눅스, 웹, 위키피디아가 아직 세상에 없을 때 그 창시자가 찾아와서 이런 것을 만들겠다고 하면 잘 될거라고 말해주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드문 일입니다만, 이렇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의 계획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부터 설명해 드릴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이런 걸 해보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오튜에 등록된 콘텐츠의 목록을 한번 보시죠.
재미있는 제목들이 많이 보이죠? 물론 많은 콘텐츠가 아직 내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없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을 만든다는 것은 말하자면 내용을 담을 그릇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릇이 생겼으니 언젠가 내용물을 채우면 되지요.
저희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그릇들을 보면서 생산자들이 겪고 있을 실질적인 어려움을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그 어려움 중에서 제일 큰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생활의 고단함”
생활의 고단함은 몰입에 장애가 됩니다. 오튜가 하고 싶은 가장 높은 단계의 목표는 생산자의 생산환경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 환경의 핵심은 직설적으로 말해서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희는 이것을 하고 싶습니다.
콘텐츠 생산자 기금을 조성해서
비영리 콘텐츠 생산자에게 제공
Q&A
여기서부터 여러 가지 의문이 드실 것 같으므로 질문 & 답변의 형태로 이야기를 진행해보겠습니다.
Q. 어떻게 기금을 만들 계획인가요?
저희는 적극적으로 콘텐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려고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성숙해서 자본이 서비스로 유입되면 이를 통해서 콘텐츠 기금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Q. 비즈니스를 한다면 영리 기업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영리 활동은 영리를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고, 비영리 활동은 어떤 활동을 하기 위해서 영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튜에게 이익 자체는 목적이 아닙니다. 이익을 통해서 콘텐츠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서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저희가 하려는 활동입니다.
Q.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 수 있나요?
오튜의 규모가 커지면 일반적인 콘텐츠 기업이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상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광고 수익을 생산자와 오튜가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익의 70%를 생산자에게 제공하고, 30%를 오튜가 가져옵니다. 이 수익은 오튜의 운영비를 제외하고 콘텐츠 기금에 적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고는 이해하기 쉬운 예일 뿐 광고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조금 더 오튜답지만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로 쇼핑몰을 들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sparkfun.com이라는 서비스는 전자부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동시에 전자공학에 대한 좋은 수업들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거래와 콘텐츠의 융합 덕분에 큰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튜에 상품토픽, 쇼핑몰모듈과 같은 기능을 추가한다면 상거래와 콘텐츠를 융합한 비즈니스를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튜의 수익은 결국 콘텐츠 기금으로 적립됩니다.
오튜가 구상하는 수익은 다양하지만 수익의 최종 목적은 콘텐츠 기금입니다.
Q. 콘텐츠 기금을 어떻게 집행하려하나요?
두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 상한
- 비영리
상한
콘텐츠 기금에서 생산자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금액에는 상한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300만 원이 상한이면 인기 있는 콘텐츠의 생산자라도 3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더 많은 생산자가 기금의 수혜 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비영리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비영리 콘텐츠에 대해서만 지원합니다. 아래는 비영리 콘텐츠의 사례입니다.
-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비영리 콘텐츠.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비영리 콘텐츠가 더욱 많아져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가 양적, 질적으로 많아지는 것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 영리 활동을 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비영리 상태인 콘텐츠.
기금 마련을 위해서는 영리 콘텐츠가 충분히 많아져야 합니다. 처음부터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도우려고 합니다.
상호부조
영리 생산자와 오튜가 함께 비즈니스를 전개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이 중 오튜 측으로 가져온 이익으로 콘텐츠 기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이 기금은 비영리 생산자가 자립하고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오튜 측 이익을 사용하므로 영리 생산자의 이익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또한 비영리 생산자가 늘어나서 오튜의 생태계가 더욱 풍부해진다면 영리 생산자도 영리 활동을 할 기회가 확장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영리와 비영리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부조를 이루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상호부조하면서 서비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를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 비영리 단체였습니다. 비영리 단체는 수익을 구성원에게 배분할 수 없습니다. 오튜의 구성원인 운영진은 주주가 아닌 직원으로서 ‘충분하면서 과하지 않은’ 수준의 임금으로 오튜에 종사하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오튜는 주인 혹은 주주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식회사라면 주주에게 제공했을 이익을 콘텐츠 기금으로 만들어서 비영리 콘텐츠 생산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저희는 디지털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결국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튜는 저희가 바라보는 ‘사람다운’ 것을 그리는 도화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도화지 위에 그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분간은 여러분의 귀한 후원과 운영자들의 노력에 의지해서 오튜를 부팅시키겠지만, 언젠가 오튜의 부팅이 끝나면 콘텐츠 기금을 조성해서 오튜 위에서 여러 콘텐츠가 부팅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콘텐츠 기금은 오튜의 핵심 철학이면서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이런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혼탁함이 있을 것입니다. 현실은 무균실이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오튜 운영진의 문제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기초적인 조치가 강력한 정보공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주에는 정보 공개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오튜가 혹시 큰 서비스로 성장하게 된다면 오튜 생태계 위의 사람들의 실제 삶은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봤습니다. 너무 구체적이라서 좀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래서 공개 안 하려다가... 합니다. 큰 체계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체계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 삶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충분히 긴 글을 읽으셨기 때문에 이 글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 궁금한 분만 보셔요 :)
https://opentutorials.org/module/2170/12563